기록은 휘발되는 삶을 막을 수 있을까 – 폴인 아티클 리뷰

기록은 습관이 될 수 있다.
동시에 습관이라는 이름 아래 쉽게 의미를 잃는 일이기도 하다.
대략 3년정도 노션을 활용해 일상의 흐름을 정리해왔다. 감정을 정리하고,
하루의 크고 작은 생각들을 적어놓는 기록은 처음에는 분명 뿌듯함을
안겨주었다.

하루를 의미 있게 마무리하는 일종의 의식처럼 느껴졌고, 과거의 감정과
고민을 회상하며 어쩌면 내가 버텨냈다는 증거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반복된 기록이 어느 순간부터는 질문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나는 이 기록을 통해 진짜로 성장하고 있는 걸까?
그저 일을 정리하고 감정을 적는 행위로만 끝나는걸까?

기록의 양은 늘어났지만, 그 속도가 나의 변화와 얼마나 연동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런 고민 속에서 읽은 폴인의 아티클의  국내 1호 기록학자 김익한 교수님은
나에게 ‘기록의 본질’을 다시 묻는 계기가 되었다.

“미친 지속성으로 인생의 벽을 넘으세요” 기록학자 김익한 교수
URL : https://www.folin.co/article/6437

이 글에서 25년간 기록학을 연구해온 김익한 교수님은 아래와 같이 조언을 한다.

기록한다고 해서 무조건 성장하는 건 아니지만,
그럴 가능성은 훨씬 높아집니다.

기록하면 행복해진다. 이건 명제가 아니에요.
그러나 행복에 도달할 확률은 훨씬 높아지죠.
휘발되지 않고 누적되는 삶을 살기 때문이에요.

이 문장을 읽으며, 그동안 내가 기록에 매달렸던 이유가 비로소 선명해졌다.
나는 사실상 ‘행복을 누적시키기 위해’ 기록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루 중 힘들었던 일만 기억에 남는 것이 아니라, 작지만 따뜻했던 순간들,
성취감을 느꼈던 시간을 붙잡기 위해 기록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기록은 결국, 내가 나를 설계하는 일이다. 폴인 아티클로 더 이상 기록을
습관으로만 남겨두지 않고 기록의 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시도를 시작하려 한다.

기록은 단순히 무언가를 ‘적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삶을 ‘쌓아가는 일’이며,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붙잡는 작업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기록하는 사람’에서 ‘기록을 설계하는 사람’ 내 인생을
설계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동안의 기록이 단순히 감정의
흐름을 따라 적어내려간 나열이라면, 이제는 조금 더 명확한 방향과 의도를
담아야 한다고 느꼈다.

하루를 단순히 소비한 사람이 아니라, 하루를 설계하고,
다음을 계획할 수 있는 사람으로 남기 위해서.
그렇게 기록이라는 프레임 안에서, 더 나은 나를 구성해가기 위해서.

일의 감각 – 소신을 찾아가는 과정

인하우스 디자이너의 경우, 디자이너의 역할과 기획 의도는 종종 개발자나
디자인을 잘 알지 못하는 관리자에 의해 달라지곤 한다.
그런 상황들을 여러 번 겪어왔기에, 이 책을 읽으며 디자이너로서 성장해가는 과정 속에서 기획자이자 오너로서의 정신을 엿볼 수 있어 특히 의미 있었다.

우리는 종종 ‘감각이 있는 디자이너’라고 쉽게 말하지만, 그 이면에는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파고드는 노력,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태도, 그리고 사소한 일도 큰 일처럼 대하는 진지한 자세가 있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책 전반이 좋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들어가는 말’이다.
이 책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그 시작부터 깊이 추천하고 싶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디자이너가 서비스 기획을 하겠다, 마케팅을 하겠다, 건물을 짓겠다고 하는 것이
각 분야에 계신 분들 입장에서는 불편했을 것 같습니다.

”디자이너가 디자인이나 잘할 것이지” 라는 냉소적인 피드백을 자주 들었고,
그게 일하는 내내 저를 따라다니 꼬리표였습니다.

본격적인 질문을 던지고,세상의 흐름을 알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며, 사소한 일을 큰일처럼 대하는
마음가짐을 가지는 것. 이것이 감각의 원천입니다.

브랜드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철학을 갖는지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마케팅 컨셉으로 ESG를 말한다고 개념 있는 브랜드로 보이지 않고, 이익을 추구한다고 나쁜 브랜드로 보이지도 않습니다. 그보다 뭐든 소신 있게 자신의 철학을 끝까지 지켜내는게 중요합니다. 즉, 브랜딩의 다른 말은 ”소신을 찾아 나서는 과정” 입니다. 매력적인 메시지를 가진 소신이라면 역사가 길지 않아도 멋진 브랜드가 될 수 있습니다.